2008. 5. 12. 12:55ㆍ사람 사는 세상
2004년, 노대통령 께서 탄핵 당하고 대통령 업무가 정지되었을 때, 대통령 께 국민들의 위로 메일이 답지하고 청와대에 갇힌(?) 대통령께서 메일을 읽고 큰 위로를 받는다는 뉴스를 보고 나도 힘내시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즈음 알게 된 신동엽 시인의 散文詩 1을 덧붙여..
시인이 1968년에 썼다는 시 전문은...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가름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大統領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나는 이미 그때, 대통령께서 퇴임 후 시 맨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분처럼 사실 줄 알았다.^&^
(난 지금도 가끔, 귀향하시고 자전거 타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신 대통령께서 혹시 내가 보내 드렸던 시에 영향을 받으시지 않았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머.. 착각은 자유니께...-_-;;)
누구도 예상 못했던 퇴임 후의 노대통령 님은 알다시피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어, 재임 때의 국민들의 '노무현 탓'에 대한 서운함을 이미 다 보상받으셨을 것이다. 아니, 대통령 께선 한번도 국민들 탓을 하신 적이 없다.
대통령 께서 전방위로 공격당하던 5년 내내, 속앓이를 해야했던 지지자로서 봉하소식은 흐뭇하다.
허나...
우리 국민들...
밝은 혜안으로 노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지금처럼 뜨겁게 성원해주었더라면, 사기꾼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이렇게 깽판 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있을 때 잘 하지' 혹은, '디어 봐야 뜨거운 맛을 안다' 고 냉소를 보내기엔 앞으로 우리가 감내해야할 고통이 너무나 클 것이기에.. 안타깝고 속상하고 아쉽고 울화가 하늘을 찌른다. 봉하에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마냥 기뻐하며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나는 봉하에 가지 않으련다. 겉으론 웃고 계시지만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대통령을 뵈면, 지난날 애 태우고 안타까움에 흘렸던 눈물이 폭포되어 쏟아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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