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한지 가득 복사꽃 활짝 피었습니다
2007. 3. 27. 15:18ㆍ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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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골이란 그런 곳이고, 복사꽃이란 그런 꽃입니다. 꽃이 아름다우니 꽃에 취하고, 꽃에 취하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고, 세상에 관심이 없으니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알 필요가 없는 곳이기에, 도연명은 '무릉도원'이라 했습니다. 이태백도 복사꽃 동산을 거닐다 꽃이 시드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밤에도 촛불을 켜고 놀자'고 했고, '이곳은 별천지요 사람 세상이 아니다'라는 시구도 남겼습니다. 그런 복사골을 김준권 화백이 목판화로 만들었고, 다른 40여점의 근작과 함께 3월 28일(수)부터 4월 3일(화)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엽니다. 밑그림을 그리고 그 밑그림을 판다 하여, 전시회 이름을 '화.각.인(畵.刻.人) 김준권 목판화전'이라 하였습니다.
한반도에는 산이 많은데,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산의 의미와 이미지를 놓칠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고 푸근하게 느낄 수 있는 어머니 의미로 산을 표현했다. - 화가와의 인터뷰
김준권 화백은 이 작품을 판화로 만들기 위해, 모두 11판의 나무판을 만들었고, 한지를 판 위에 대고 찍은 횟수는 15번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앞 풍경부터 뒤 풍경까지 찍을 먹의 농담 차이에 따라 11판 만들었고, 맨 앞부분의 검은 색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 부분은 4번을 중첩해서 찍었기 때문에 모두 15번의 판작업 끝에 작품을 완성한 겁니다. 김준권 화백은 이런 열정과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이 시대에 몇 안 되는 '진정한 목판화가'라고 불리기에 부족함과 부끄럼이 없는 화가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높이는 화가의 키보다 조금 작은 140cm인데, 한지로 판화를 찍을 때는 물을 흠뻑 적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크고 긴 한지에 물을 흠뻑 적실 경우 헝겊보다 더 흐느적거리고, 그런 한지를 평평하게 판에 올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실패율도 높습니다. 판화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판만 만들어지면 그냥 막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밀하고도 힘든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 장의 에디션이 탄생됩니다. 그리고 이런 제작 과정의 어려움이 바로 목판화가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모든 먹물 즉 수성판화 먹물, 한국화 먹물, 자연안료 석채, 먹을 갈아 만든 먹물 등 물로 섞어지는 모든 먹은 다 썼고, 고판화에서 사용한 검정먹보다 더 짙은 검정먹까지도 만들어 썼다. - 화가와의 인터뷰 그래서 이번 전시 작품 중 일부 작품에는, 생먹의 맛을 보여주기 위하여 일부러 액자에 유리를 끼우지 않은 작품도 있습니다. 작품 손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진먹의 맛을 보여주려는 의지를 통해,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 먹의 농담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30만평 크기의 규묘를 자랑하는 전북 고창 학원농장 보리밭에서는 보리밭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서편제 촬영으로 유명한 완도군 청산도 보리밭 그리고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만석 보리들판에도 사람들이 찾아갑니다. 고창 보리밭의 경우 한 달 동안의 축제기간에 30여만명이 찾아와 보리피리도 불고, 보리떡과 꽁보리밥도 먹는다니, 보리밭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옛날을 돌이켜보게 하는 '마음의 고향'입니다.
그렇다면 화가는 힘이 드는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큰 화폭에다 보리밭을 만들었을까? 라는 물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렇게 큰 화폭에다 보리밭을 표현했을 때만 보리밭의 의미와 정취가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봄을 맞는 판화가의 감회는 남다르고, 화가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화폭 가득히 담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그렇습니다. 봄은 이렇게 오고, 김준권 화백의 전시장에 가면 화사한 봄을 만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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