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15. 13:54ㆍ정치
1.
6자 회담 타결에 대해 예상대로 수구 언론들은 딴죽 걸기에 바쁘다. 깨끗한 이불도 현미경을 들이대 대장균이 우글거린다고 시비를 걸 능력(?)이 있는 그들로서는 이번 회담 결과의 모자란 점을 찾아낸다는 것은 일도 아닐 터.
이젠 ‘언론계의 씌레기’들을 비판하고 욕보이는 일도 너무 싱겁다. 마치 ‘원초적 본능 2’에 나온 샤론 스톤 얼굴 보듯 안쓰럽기까지 하다. 언론이야 청개구리처럼 정부와 대통령의 반대만 외치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한나라당이다. 자꾸 피하려고 해도 세상이 이런 논의의 장에 그들을 불러들이니.
대북 문제나 과거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수록 박근혜는 손해볼 것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속시키고 자신이 전면에 등장할 수 있으니까. 단지 여권의 후보는 보이지 않고 대통령과의 각을 세워야 한다는 답답함 정도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명박은?
골치 아프다. 다른건 몰라도 정체성이나 역사관 등의 문제에서 비껴서 있고 싶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속성상 이런 문제에서 선명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곤란해지니까. 오로지 경제 문제만 부각시켜 굳은 땅 다지기를 하고 싶은데 이런 문제가 자꾸 터지니 입장이 난처하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입맛에 맞게 극우의 선명성을 높이면 자신의 지지층에서 균열이 일어날테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면 박근혜 측과 수구층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고. 결국 입을 꼭 닫고 있는 것이 정답인데, 어디 세상이 그런가.
2.
조동문 수구 언론들의 입장도 점차 난처하다. 내심 이명박으로 판세가 굳어지길 바라는데, 북한 문제나 과거사 문제가 자꾸 거론되면 그 논쟁의 한가운데 들어설 수밖에 없고 자신들의 극우성을 은폐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한나라당 내의 수구 목소리와 공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할 길이 없다.
박근혜로서는 일단 꽃놀이패다. 대선 후보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인 동시에 당내 후보로 등극하는 단기 목표를 위해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상황 전개다. 조선 동아의 사설을 달달 외어 부르짖으면 그만이다. 3월 중 한나라당 내 역학 관계에 따라 후보 선출 방식이 결정되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오차 범위 내로 좁히거나 역전시킬 수도 있다.
알다시피, 박근혜의 지지층과 이명박의 지지층은 충성도가 확연히 다르다. 박근혜에게는 열성적 지지층이 존재하고, 이명박에게는 바람 불면 날아갈 지지층이 존재한다. 이런 차이는 외부 상황에 대한 대처 목소리에서 점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열심히 수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더라도 지지층의 이반은커녕 더 강화된다.
이명박의 경우는 운신의 폭이 좁다. 수구들 입맛에 맞는 목소리를 내자니 중도의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게 되고, 반대로 양비론이아 양시론 따위의 중도적 목소리를 내게 되면 당내 입지가 줄어들게 된다.
또, 경선 전 탈당 가능성에서도 차이가 크다. 이명박에게는 대선 후보가 아니면 정치적 생명이 끝장나지만 박근혜는 대선 후보가 안 되더라도 일정 지지층을 안고 갈 수 있다. 게다가 이명박이 대선 후보로 결정될 경우, 박근혜 라인 중 민정당, 민자당 출신들과 영남 중진들의 정치생명이 위태롭다. 박근혜는 아쉬울 것 없어도, 그 지지 정치인들은 목숨을 건 싸움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명박도, 조동문도 뒷목이 써늘해지는 상황이다.
3.
예고대로 2월 말이나 3월초, 개헌이 발의되면 어떤 흐름이 조성될까. 일단 다들 예상하듯이 막상 개헌이 발의되면 여론은 7대 3 정도의 찬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국민 여론이 7대 3 혹은 그 이상의 찬성으로 돌아설 경우 한나라당은 개헌안을 부결시키기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그렇다고 명분도 없이 개헌안을 통과시켜 줄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두 유력 주자 중 하나가 튀어나오게 된다.
“원래 4년 연임제는 내 소신이었는데,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왕에 대통령이 발의한 상황이라면 소신대로 찬성한다” 자연히 상대 후보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게 되고... 과연 누가 선수를 칠까?
대통령이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3개월이다. 3개월만에 대통령의 지지도는 얼마나 올랐을까. 그런데, 뻑하면 여론조사를 보여주던 언론들이 대통령 지지도 조사를 회피하고 있다. 그걸로 봐서도 지지도의 반전이 있음은 분명하다. 만약 6자 회담의 성과와 개헌 정국을 거치게 되면 그 추이는 어떻게 또 반등하게 될까.
수구 언론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논리와 똑같은 이유로 탈당의 변을 삼았던 이강래는 아마 앞으로 제대로 잠을 못 잘 것 같다. 결국 그 모든 반대 논리의 저변에는 “대통령 인기가 없어서” “참여정부의 과를 짊어지기 위해서”였는데, 그 논리의 기반이 사라져 갈테니 어쩌란 말인가.
김한길 역시 김윤환의 길을 걷고 있다. 2번의 대선에서 킹메이커를 했던 김윤환이 결국 이회창이 당내기반을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가 결국 팽 당했듯이, 김한길 역시 2번의 킹메이커를 끝으로 제 2의 민국당을 만든 셈이 될 것이니. 김윤환은 타의에 의해서, 김한길은 자의에 의해서...
4.
그동안 이명박에 대해서는 거의 글을 쓰지 않았다. 역사의 흐름에만 맡겨도 제 풀에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의 그동안 행보는 딱 고건의 행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안주하려 하고 있고, 리스크를 전혀 떠안지 않으려 하는 모습...
대통령 선거는 자치단체장 선거와 전혀 다르다. 콘텐츠 없이, 뚜렷한 역사관 없이, 구체적 비전 없이 꿈을 꿀 수는 없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의 검증 절차는 냉정해지고 있고 다단계화되고 있지 않은가. 지지도란 그 ‘검증 절차의 입구’까지 안내해 줄 자격증일 뿐이다.
수구 언론들이 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던진 무수한 말과 장치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상당히 엄격한 잣대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점점 변화에 적응했고 익숙해져 있다. 대통령 혼자 놓고 느끼지 못 했던 부분들이 향후 대선 후보들이 비교되면서 드러날 것은 틀림없다.
참여정부와 대통령의 지지도와 이명박의 지지도는 반비례 관계에 있지만 박근혜는 비례 관계에 있다. 이미 탄핵 정국에서 그 수학 공식은 입증된 바가 있다. 대통령이 치고 나갈수록 박근혜의 선명성은 높아지고 이명박의 존재는 희미해질 것이고 한나라당은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다.
머리 나쁜 조류들만 중도니, 중립이니 가운데로 몰려간다. 가운데 가면 중도층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착각하고 있다. 중도층은 말 그대로 가운데가 아니라 언젠가 왼 쪽이든, 오른 쪽이든 결정하겠지만 아직 결정을 하지 못 한 자들을 뜻한다. 그 중도에 블랙홀이 있다. 이 블랙홀은 23명의 씌레기들과 이명박을 빨아들일 것이다.
중도 개혁 탈당파는 손학규를 흠모할게 아니라 이명박을 꼬드겨야 한다. 왜? 이명박이 언감생심 눈길을 안 줄 거라고? 글쎄. 기왕이면 열린우리당 내의 부진정 개혁파들도 함께 끌어들여 중도의 블랙홀에서 장렬히 산화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굳세어라. 이명박!!
by 사도바오로
* <무브온21블로거기자단>이란 : 무브온21에서 활동하는 논객들이 모여 구성한 기자단입니다. 무브온21의 주요 칼럼과 무브온21 논객들이 기획한 기사와 인터뷰를 내보냅니다.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령 설 인사 (0) | 2007.02.16 |
---|---|
스페인 동포 간담회 연설문 (0) | 2007.02.15 |
[스크랩] 정부와 의협의 의료법 쟁점 이렇습니다 (0) | 2007.02.14 |
[전문] 6자회담 합의문 (0) | 2007.02.14 |
[스크랩] `다음날 조중동은` 패러디 첫 제안자 `소부` 인터뷰 (0) | 2007.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