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토론중계)참여정부 4년 성공인가 실패인가?

2007. 1. 28. 17:04정치

- "참여정부 설거지만했을뿐 성과가 없다" "테이블을 봐라 이미 전채요리가 나와있다"

 

 

토론주제 : 참여정부 4년의 평가

토론이 열린 곳 : 무브온21(moveon21.com)

토론참여자 : 창환, 장룡, 사회자(커서)

 

 

사회자 : 창환님과 장룡님 모시고 참여정부의 4년을 평가하는 토론을 하겠습니다. 먼저 참여정부에 크게 실망하셨다는 창환님부터 말씀해주십시오.

 

창환 : 저는 참여정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사람이지만 참여정부의 4년간의 성적에 대해선 크게 실망하는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참여정부의 성과가 권위주의나 구질서의 ‘해체’라고 하시는데, 좀 어이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정부의 역할은 무언가 만들어내는 목수나 요리사입니다. 그런데 설거지나 청소를 했다고 자랑하다니, 이거 결국 참여정부가 허드레 일꾼으로 정책적 성과는 별로 없다는 자기고백이잖습니까. 신년연설에서 노대통령이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고 외칠 땐 정말 짜증이 팍 나더군요. 잘못한게 별로 없다는 참여정부의 항변이 왜 국민에게 씨알도 안먹힙니까. 국민이 요구하는 답은 “잘못한게 없다”가 아니라 “잘한게 이것이다”입니다. 5공독재 전두환씨 몇갑절의 욕을 들어먹어 안스럽긴 하지만 그 억울함을 달래주기 위해 시민사회가 발벗고 나서기엔 성과가 좀 민망스러울 정도입니다. 

 

사회자 : 그러면 주장하시는 참여정부의 실패가 보수언론이 말하는 노무현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십니까?

 

창환 : 노대통령 개인의 능력부족은 아닙니다. 참여정부의 주축이 되었던 사람들의 전반적 능력 부족입니다. 회전문 인사는 단순히 노대통령의 스타일이 아니라, 쓸만한 사람이 정말로 없기 때문입니다. 최장집 교수가 신경질적으로 비판했지만, 과연 진보적 학계가 큰소리칠 입장인지는 되묻고 싶습니다. 참여정부의 주축이 된 386의 지식은 모두 최장집 교수를 위시한 진보적 학계에서 왔습니다. 이들로부터 건설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강봉균 등의 보수적 인물이 참여정부에 가르침을 주었죠.  결국 참여정부 주축세력이 지향하는 이념과 구체적 정책 사이에 간극이 생겼고 그걸 끝내 메우지 못했습니다.

 

사진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사회자 : 그러니까 진보세력에 투사만 있지 건설자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구체적인 정책적 오류를 말씀해주실 수있겠습니까? 

 

창환 : 비정규직 문제를 봅시다. 노사정 타협 모델로 갈지 노조를 억눌러서 비정규직 처지를 개선할지, 참여정부 내내 갈팡질팡했습니다. 목표는 맞지만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노조를 설득하지도 노조를 억누르지도 못했죠. 중구난방의 아이디어는 있지만 지금 필요한 키워드를 잡아내는 입체적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부동산은 어떻습니까. 부동산폭등은 ‘시스템’에 집착하다 ‘권력’을 어떻게 발휘해야하는지 보지 못한 결과입니다. 지금 집값이 잡힌 건 참여정부의 입법과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대출, 통화규제 등 통치권자가 권력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왜 이전에 권력을 이렇게 쓰지 않았는지 만시지탄입니다. 국민 전체의 인식을 바꾸고 국민 경제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참여정부와 진보세력에게 유리한 큰 판을, 허무하게도 참여정부의 약점으로 바꾸고 말았습니다.

 

사회자 : 하지만 참여정부의 정치환경이 말씀처럼 그렇게 쉬운 성과를 허락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까? 어떤 방향으로 가도 보수언론의 파상공격은 피할 수 없었을텐데요.

 

창환 : 실용을 거두지 못해서입니다. 감질나는 실용 대신 화끈한 정치게임을 즐기다 지지율 개털된거죠. 조중동의 망발은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역할이지 발화자가 아닙니다. 그나마 정치게임이라도 잘하면 괜찮습니다. 불쑥 제안으로 왕따되기 일쑤입니다. 실용적 국정 수행력의 일관성이 의심되고, 정치적 돌파력이 부족한 정부에게서 민심이 돌아서는 건 당연합니다. 이미 노대통령의 당선으로 권위주의의 종말은 이룬것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비젼을 가져야죠. 분배 위주의 좌파 정권이라고 비난을 받을 때, 분배와 성장을 어떻게 동시에 이루는지 그 일단을 보여주는데 온 힘을 쏟았어야했습니다. 언제 다시 진보적 입장을 가진 세력에게 국정을 운영할 기회가 올지 모르겠으나, 다음에는 이렇게 해선 안되죠.

 

사회자 : 장룡님은 창환님과 의견이 다르시죠?

 

장룡 : 참여정부가 설거지 정부라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문제는 창환님과 제가 설거지 정부를 보는 시각이 다른거죠(웃음) 창환님은 참여정부의 지금까지의 결과의 한 단면을 잘라서 얘기하고 계십니다. 물론 정치는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뭐든 결과론적으로 보면 정확한 평가와 대책을 세울수 없습니다. 북한이 핵개발했으니 우리 정부가 북핵방조한 건가요. 마찬가지로 민생고가 해결안되고 있으니 민생을 내팽개친 무능정부가 되는 겁니까. 장삼이사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근데 이게 말이 됩니까? 대통령만 잘 뽑으면 북한이 핵개발 안하고 민생고가 없어집니까? 민심의 결과를 두고 말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판단해보자는 겁니다.

 

사회자 : 창환님은 대통령이 설거지하는 보조일꾼이 아니라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장룡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룡 : 창환님은 ‘설거지’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에 매몰되신 듯 합니다. 단어를 ‘설거지’가 아닌 ‘기초공사’로 바꾸어 보면 확 다르죠. 김영삼정권의 신한국건설 불지르기나 김대중정권의 외환위기 불끄기는 확실히 표가 나고 생색도 나지만, 잔불 정리하고 그 터에 새집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를 하는 것은 표 안납니다. 이것저것 해야 할 잔일은 엄청나게 많은데 도대체 당장 눈 앞에 뭔가 보이지 않으니 일을 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나중에 새 건물이 올라가야 비로소 뭔가 해낸 느낌을 받겠지요. 하지만 기초공사가 건설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잔불정리와 터잡기와 기초공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 위에 멋진 새집을 결코 지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빨리 멋진 집만 보고 싶다는 것이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고, 불행히도 노무현정권은 5년 단임정권입니다. 불은 꺼졌지만, 집은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 국민들이 답답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요. 노정권의 한계라면 바로 그걸 겁니다.

 

사회자 : 양극화 심화나 부동산 폭등에 참여정부의 책임은 인정해야하지 않을까요?

 

장룡 : 과정상의 시행착오와 고통은 불가피하다는 것도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단기간 내에 획기적인 대책은 어렵습니다. 최근의 부동산 대책들도 결과적으로 누구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하면서 나오게 된겁니다. 노정권이 각론에선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원래 잔불정리하다 보면 계속 잔불이 발생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총론입니다 참여정부는 전체적인 총론에선 일관되고 확실한 성과를 내었다고 평가합니다. 구시대의 설겆이를 마무리하고 새시대를 위한 제법 근사한 기틀을 마련한다는 것이 총론이랄 수 있습니다. 대통령 말대로 차기 정부는 넘겨받은 짐 때문에 크게 공생하는 일 없이 새롭게 펼쳐진 판 위에서 선진정치, 선진경제, 선진복지, 선진외교 정책 맘껏 펼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창환 : 장룡님이 기초공사를 너무 좋아하는군요.(씁쓸한 웃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민주주의의 기초공사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박정희가 다진게 됩니다. 발전단계론은 자칫하면 독재 비호의 논리가 됩니다. 현 정부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필수요소인 동반성장의 방향제시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독재시절이 나았다는 위험한 향수의 단초를 현 정부가 제공했다는 비판이죠. 현 정부는 박정희와는 뭔가 다른 발전모델을 제시하거나, 적어도 그 시작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 단계 높은 역사로 도약하는데 실패했다는 거죠. 5년이 짧다고요. 그렇지만 주어진 시간이 5년이라는 건 정부 출범 전에 이미 알던 겁니다. 5년 안에 이룩하기 어렵고 10년이 필요하다면, 국민 여론과 호흡을 맞춰가며 10년 동안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치를 했어야죠. 참여정부는 이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장룡 : 노무현 정부가 새로운 발전모델의 단초도 보여주지 못했다고요? 박정희식의 대기업위주 성장지상주의에 대해 ‘동반성장론’과 ‘균형발전론’, ‘사회투자국가전략’과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창환님은 더 고상하고 획기적인 뭔가를 기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참여정부에 별관심이 없어서 이런 게 있는지조차 모르시는겁니까? 그러면 또 그러시겠죠. 그런 게 있다면 국민들에게 잘 알리고 합의를 얻어내야지, 그걸 못한 것도 결국 노무현정부의 정치력과 능력부족 아니냐고요. 노무현정부의 지난 4년의 정치/정책환경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달은 싹 무시하고 손가락만 갖고 물어뜯고 조롱한 한국의 언론환경을 무시한 비판이지요. 그럼 또 언론탓한다, 결국 정치력 부족 아니냐. 네 맞습니다. 모든 게 노무현 탓입니다.

 

창환 : "뭘 모르는 비판이다"라고 하셨습니까? 보수언론이 하도 공격을 해대서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노무현지지자들의 비판을 대하는 피해의식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노무현정부는 경제학과 경영학 둘을 놓고 비유한다면 경제학입니다. 경제학은 규범이나 문화를 고정된 것으로 보고 경영학은 변화시켜 맞춰나갈 것으로 봅니다. 참여정부는 규범을 바꾸는 정치의 경영학보다 행정적 성과와 시스템의 경제학에 너무 집착한다는 겁니다.

 

박정희가 성장위주의 정책을 필 때, "잘 살아보세"라고 국민의 태도와 문화를 바꾸듯이, 문민정부가 남북교류를 통해 대북이데올로기의 위력을 허물듯이, 참여정부가 동반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그에 걸맞게 사회적 규범을 변화시키는 정치를 했어야 합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용주와 노동자가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면 일이 안됩니다. 회사의 목표를 세우고 공유하라고 고용 사장 들여놨더니 재정건전성 높인다고 비용삭감만 하고 있으면 환장합니다. 목표 공유는 어디갔어라고 주주들이 질책하니가, 재무재표 들이대며 인상비판이야라고 대답하면 벙찌죠.


장룡 : 제가 “뭘 모르는 비판이다”라고 한 소리 드린 것은 님의 비판이 정교하고 엄밀하지 못하고 보수언론의 정권비판 기사에 의존한 인상비평 수준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창환님이 경영학을 거론하신 것은 참여정부의 전략과 비전을 왜 국민적 합의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냐는 비판 아니겠습니까? 사실 그 부분은 저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건 리더십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또 다르게 보면 후진적인 한국정치문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님의 지적대로 국민통합이나 국민합의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박정희 식도 있고 김대중 식도 있습니다만, 저는 2003-2007년 한국상황에서는 노무현 식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전제할 것은 시대적 과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형성에는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요구된다는 겁니다. 박정희의 "잘 살아 보세" 합의도 10년 이상의 장기독재 속에서 이뤄진 것이고요, 그럼에도 당시나 그 이후 그런 전략에 대한 도전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박정희식 합의란 것도 어쩌면 사후적, 역사적 합의일 수도 있지요. 김대중의 "햇볕정책"도 냉전종식과 노태우의 북방정책 이래 10수년이 흐르면서 성숙된 국민적 의식과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적 이벤트, 그리고 미국 민주당 정부라는 환경조건 속에서 비로소 빛을 본 것입니다. 특히 디제이정권은 환란수습이라는 정치적 명분과 확실한 지역기반까지 갖추고 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식 합의 역시 반대가 만만찮았고, 지금도 그런 편입니다.

 

이에 비해 노무현의 동반성장 전략은 그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습니다.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지만, 정말 안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지지기반이 미약했고, 비토세력은 강력했습니다 또 정치적 격변들은 엄청나게 많았죠 나열해볼까요. 탄핵과 대선자금 수사, 재보선과 지방선거의 연패, 수도이전 위헌판결, 방폐장/이라크파병/미군기지이전 관련한 대규모 시위, 부동산가 폭등 등 정말로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이 속에서도 양극화를 의제화하고 동반성장전략을 수립한 게 용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합의수준에 대한 논란이야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일정한 합의를 형성해내었다는 게 제 평가입니다.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동반성장과 균형발전, 사회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이제 암묵적인 합의가 되었다는 것이죠. 단지 합의만 된 게 아니라 각종 정책과 법, 제도로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사회자 : 잠깐만요 장룡님! 국민들이 사회적 의제에 어떻게 합의를 했다는 거죠. 그간 여론의 반대만 있었잖습니까.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장룡 : 예! 지지율에서 알 수있듯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철저하게 망가졌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가발전 전략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우리도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대통령 말대로 언론과 보수세력들이 정부 정책 반대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엄청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정착시켜 '자승자박해'버린 것과 마찬가지지요. 대통령 까기에서 영호남과 보수진보가 하나가 되어 지역통합, 이념통일이 이루어진 것과도 유사한 것이고요. 농담삼아 이야기 하자면, 대통령은 살신성인을 통해 국민통합 이미 이루었고요, 리더십 실패를 통해서 국가미래전략을 정초해놓았다고 봅니다.

 

저는 이게 노무현식 국민합의 형성방식이었다고 봅니다. 노무현이 100%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역사의 간지'에 의해서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지요. 지지자 입장에서는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덜 상처받으면서 더 많은 지지 속에 폼나게 국정운영하기를 어이 바라지 않겠습니까? 저도 솔직히 어떤 때는 노대통령이 무지 답답합니다. 전통적 의미의 정치란 피아를 나눈 후 아를 최대한 확보하고 피를 고립타격하는 것인데, 노대통령은 누구 비판마따나 상당히 탈정치적인 행보를 보인 게 사실입니다. 소위 '전통적 지지층'에 기반하여 정치했더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는 대결과 투쟁이 본질인 정치를 대화와 타협을 목표했습니다 자기 표 까먹는 대북송금특검에다, 되지도 않을 대연정 이런 걸 끊임 없이 시도했단 말입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창환님이 지적한 '경제학''적 정치인지도 모르죠. 그러나 재밌는 것은 이런 아마추어 정치가 그 과정에선 엄청난 댓가를 지불해도 결국 장기적으론 이기는 길이더란 말이죠.

 

국민합의도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노무현이란 별종 리더십을 완전히 묵사발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도 모르게 이미 많은 점에 합의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은 노무현 정권의 인기가 너무 낮으니 그냥 모든 게 엉망진창으로 보이지만요, 그래도 국민들 마음 속에는 다 이런저런 합의가 이심전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노무현처럼 불상놈은 이제 대통령으론 뽑아선 안되겠다는 합의일 수도 있고, 한국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대통령 4년연임제가 필요하겠구나, 이런 합의도 이뤄지고 있고요,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고통받지 않으려면 노무현정부가 내놓은 정책들 잘 지켜야 하겠구나 이런 합의도 있습니다. 그 합의 중에 바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일부 특권층만 잘나가는 성장정책은 이제 지양하고 골고루 혜택보는 동반성장과 사회투자가 필요하구나 하는 이런 합의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창환 : 결국 아직 구체적 성과는 없는데 잘 되가고 있다 이 말 아닙니까 말은 많은데 성과가 없으면 실행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이 되는 겁니다. 이전에 누군가 NATO(no action, talk only)라고 했던 비판을 그래도 인정하는거죠. 저에 대한 반박은 "성과가 뭐다"로 되어야 합니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참여정부가 이룬 것으로 보신다면 착각입니다. 이미 이루어진 국민적 열망을 노무현 정권은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참여정부 이전부터 부동산 투기 당사자는 국민 여론으로 골로가는 공적 1호임을 모르십니까? 국민들의 열화에 치밀려 여기까지 끌려왔다고나 할까요. 부동산 버블이 노무현 정권 하에서 이루어졌지, 어디 이명박 정권 하에서 이루어졌습니까. 도대체 처음부터 약발듣는 정책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뭡니까? 보수언론이 이걸 막았는데, 이제는 그들이 가만 있는 겁니까? 참여정부 4년 동안 진보를 지지하던 국민의 비중이 줄어들고, 보수를 바라는 국민들의 비율이 늘었습니다. 참여정부 4년의 "국민적 합의," 내지는 "국민통합"은 진보의 가치가 아니라 보수로의 회귀를 가져왔습니다. 이걸 노무현식 국민합의라고 자랑스럽게 들이미시렵니까?

 

사회자 : 자! 토론을 좀 정리합시다. 지금까지 두분의 입장을 정리하면 먼저 창환님은 노무현 정권은 노무현 정권은 권위주의 해체나 위기관리(한마디로 설거지) 이외에 특별히 내세울 만한 성과나 업적이 없는 사실상 실패한 정권이다. 말로는 동반성장을 내세웠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고 실질적 성과도 거의 전무하다. 그 원인은 국정수행력과 정치적 돌파력 등 총체적인 능력부족이며, 그 결과는 정부여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과 국민여론의 전반적 보수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거 맞죠?


그리고 장룡님은 이에 대해, 노무현정부는 내외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구시대의 적폐와 과제를 하나둘 잘 마무리했을 뿐 아니라, 새시대를 위한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그 기초를 깔아놓는 성과를 거두었다. 말로만 동반성장 전략을 내세운 게 아니라 이에 대한 일정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고 정책과 제도로 구체화하는 성과도 이루었다. 능력부족에서 비롯된 노무현 정권의 오류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은 내외환경의 구조적 제약과 함께 균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렇죠? 이제 두 분은 이 입장들에 근거해서 각자의 주장들을 더 강화하고 보충 하십시오 장룡님부터 먼저

 

장룡 : 요리사는 설거지가 아니라 요리로 승부해야 한다는 게 창환님의 주장인데, 저는 요리를 하려고 해도 설거지가 안 돼 있으면 못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방(정부)에서는 설거지도 하고 요리도 하는 겁니다. 난장 후에 설거지 거리가 많으면 설거지하는 데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되는 법입니다. 요리 방해하는 사람과 까다로운 손님의 입맛 때문에  요리가 아직 테이블에 안 나왔으니 이제 요리구상과 재료준비 끝내고 요리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는 거죠. 물론 메인디쉬와 디저트 포함 전체 코스요리가 다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죠.

 

사회자 : 장룡님 그럼 메인디쉬는 아니더라도 참여정부에서 지금까지 내어놓은 전채요리 목록이라도 대 보실 수있을까요?

 

장룡 : 요리 준다고 말만 하고 아직 접시도 안 갖다 놨다는 말씀이시죠. 눈 뜨고 테이블 한번만 내려다보십시오. 당장 복지 전채요리 나와 있습니다. 참여정부 들어 해마다 복지예산 20%씩 증가했습니다. 균형발전 전채요리도 나왔습니다. 행정도시,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착수 시작했습니다. 비정규직법 전채요리도 약간 입맛에 안 맞을지 몰라도 테이블에 올라 있습니다. 사회적 일자리 전채요리도 올라왔고요, 농업발전 전채요리도 상당히 푸짐히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전채요리는 지금 막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정도로는 여전히 배가 고플 거라는 거 압니다. 빨리 본 요리 가져오라는 거겠죠. 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곧 나갑니다.

 

그런데 이 요리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 나오신건지 아십니까? 이 집 요리사 자격증 가짜다, 왜 빨간 고무장갑만 끼냐, 설거지 하지 말고 요리부터 내놔라, 왜 국산재료 사용하냐, 미국수입품 써라, 요리사가 왜 쌍꺼풀이냐, 요리값이 왜 이리 비싸냐, 요리가 왜 이리 안 나오냐, 접시가 더럽다, 요리가 맛이 없다, 쉴새 없이 손님들을 선동하고 심지어는 주방까지 들어와 요리사를 끌어내려고까지 합니다. 영업방해하지 말고 나가라고 해도 손님을 쫒아낸다며 악을 쓰고 좋은 말로 달래도 들은 척도 안 합니다. 다른 손님들도 차차 그들의 선동에 넘어가서 요리 빨리 안 나온다고 난리 치다가, 이 집 어수선해서 안 되겠다고 옆집으로 가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팔짱만 끼고 ‘주인 뭐하는 거야, 저 사람들 끌어내고 빨리 요리 내와야지’ 하다가, 하나둘 요리사 욕만 하면서 슬그머니 나가버립니다. 게다가 길 건너 곱슬머리 요리사와 코쟁이 요리사까지 우리 집 앞에 와서 죽니사니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분위기 끝내줍니다. 어떤 요리사가 이런 상황에서 요리를 만들어낼까요

 

사회자 : 하하 재밌는 비유시군요. 창환님 말씀해주세요


창환 : 제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설거지와 메인요리와 전채요리를 구분하는 단계론으로 정권을 평가해 달라는 요청은 위험하다고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역대 정권들이 잔잔한 성과의 측면에서 실패한 정권은 사실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잔한 복지와 분배를 예로 든다면, 의료보험, 제한된 집단에 대한 연금 등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도 조금씩 늘어났고, 전체적인 소득 분배는 그 기간동안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오히려 노무현 시절에 소득 분배가 악화되었죠. 설사 현 정권에 대해 단계론을 적용하더라도, 그 시기는 총선 전후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늦춰도 4대 개혁입법 파동을 겪었던 2004년 후반-2005년 초반입니다. 이 정권 5년 내내 아직도 메인 요리를 내놓지 못하는 단계에 있다는 변명은 통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제 평가는 메인 요리를 안내놓는다가 아니라 요리 테마가 뭐냐는 거죠. 무수한 요리를 내놓지만 오늘의 주제가 뭐냐는 겁니다.

 

현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냉정해진 것은 옆집에서 건너와 난리 피우던 놈들도 손님이 나서서 깨끗하게 쓸어서 칼자루 쥐어줬는데, 할 일은 안하고 딴짓거리라는 겁니다. 중국요리를 주문했는데, 아직도 설거지 타령이고, 내놓는 음식이 스파게티에 감자탕 국물 내고, 파전에 샴페인 내놓으니 미칠 노릇입니다. 게다가 요리사라는 사람이 단정하게 모자쓰고 흰옷 입은게 아니라 부시시하게 헝크러진 머리로 코구멍 후비더라는 겁니다. 열받죠.

 

사회자 : 창환님의 손님이 쓸어줬다는 말씀도 재밌습니다. 그러면 ....

 

장룡 : 사회자님 한마디만 더 합시다. 결국 창환님은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가 요리사가 엉망이라서 나온 당연한 결과라는 건데요, 님의 글에 언급한 요리사 비유를 해석하면 소위 ‘민생’은 팽개치고 과거사 타령이나 하고 막말이나 해대니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근데, 이거 어디서 너무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닙니까? 그리고 악다구니패들 깨끗이 쓸어내고 칼자루(여대야소) 쥐어줬다고 했지만, 새로 들여놓은 종업원들(열린우리당)이 일은 안하고 자기들끼리 지지고볶고 하는 사이, 물러갔던 패거리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와 더 심하게 깽판친 것은 못보신 모양이군요.

 

그리고 논쟁에서 지지않기위해 너무 노무현 정권의 성적을 평가절하하신거 같습니다 양극화문제도 그렇습니다 90년대 0.28-0.29 수준이던 지니계수가 97년 환란 여파로 0.32까지 갔다가 점차 하락하여 참여정부 들어서는 0.31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 아시잖아요. 신자유주의와 양극화 추세 속에서 소득격차가 커지는 것이 많은 선진국들의 공통적 문제인 것 같더군요. 그렇더라도 엄청 잘 해서 팍 줄이지 못한 걸 비판하면 어쩔 수 없죠. 결국 참여정부에 대한 님의 기대가 너무 높았기에 실망도 큰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아직 1년 남았으니 좀 더 지켜보지요

 

사회자 : 두 분 말씀 정말 잘 들었습니다 판단은 관전하시는 분들 각자에게 맡기겠습니다. 지켜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토론자 창환님과 장룡님 그리고 사회자 커서였습니다.

 

 

 

 

 

편집자 : 창환님과 장룡님은 실제 대면토론하신 게 아니라 게시판 상에서 토론하셨습니다 편집자가 두분의  4회에 걸친 깊이있는 멋진 토론을 대면토론으로 만든 것입니다

 

실제 토론 보러가기  ⇒ 창환님과 장룡님 토론

 

 

 

by  커서

 

 

* <무브온21블로거기자단>이란 : 무브온21에서 활동하는 논객들이 모여 구성한 기자단입니다. 무브온21의 주요 칼럼과 무브온21 논객들이 기획한 기사와 인터뷰를 내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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