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황토집1

2007. 1. 4. 21:15관심사





뒤란에 주인할머니가 쓰는 작은 흙집이 하나 있는데..
늘 욕심이 나던 그 흙집을 한 채 지었다..
한겨울에 공사를 한다고 주위에서 걱정반~염려반~ 태클이 심했지만..
무식한 똥고집을 감히 누가 꺾을 것이여~~

창고를 뜯어낸 자리..
일단 기초는 시멘트로..!


김천 사시는 깊은바다님과 둘이 시작했다..
흙벽돌은 직접 찍어 두었던 것을 그냥 주셨는데 약 500장 정도..
첫날 기초공사했던 '발해'가 사업상 빠지고..
내가 대신 데모도로 투입되어 둘이서 무대뽀로 시작한 공사이다..

다행히 내가 웬만한 장정의 기운을 쓰긴 해도..
머리털 나고 난생 처음 공사현장(?)에서 데모도 라는걸 했는데..
고무장갑 끼고 황토 익반죽을 해가면서 똥짜바리 빠지는줄 알았다..ㅠ.ㅠ


이곳 백운동 추위는 악명높기로 유명하지만 다행히 날씨가 협조를 해주었다..
그래도 저녁이면 아랫마을 사무국장님네서 빌려온 보온덮개를 둘러 쳐서 보온을 했더니..
다행히 얼지는 않았다..(사진은 벽돌쌓기 이틀째 모습)
(흙이나 시멘트는 얼었다가 녹으면 주르르~흘러내려서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는 것임)


공사 6일째 드디어 대들보와 서까래가 올라가고..
(왼쪽 머리통은 야생화 식물원에 근무하는 종하..)


상량식 비스무리한 장난도 치고..
천장은 서까래가 보이면서 목조주택 느낌이 나도록 했다..
오른쪽문이 쥔아저씨가 경주에서 사온 5만원짜리 출입문이다..
높이가 1미터가 조금 넘으니 여전히 머리 숙이고 들어가는 작은 문이다..
(문틀(문골)작업은 아랫마을 삼촌이 다 제작해 주었다..)

원래는 흙이 좀 10전쯤 올라가야 되는데 생략하고~
송판위에 70미리 단열재+방수시트+골함석 씌워서 마감..


공사7일째..구들을 들였다..
구들돌 구하기가 수월치 않았는데..
주인아저씨가 수소문끝에 경주 어느 골동품상에서 사오셨다..
평당 9만원씩 3평 분량과 옛날 문짝 두 개도 사오셨다..


이날도 역시 동네 할배들 데모도 하느라 죽는줄 알았는데..
개자리 1미터쯤 파랴~냉가랑 구들돌 나르랴~황토반죽하랴~
당시에는 참 징글징글 했는데 지금와 생각하니 우습기만 하다..


구들은 고래뚝 대신 흐튼구들(막구들)을 놓았다..
데모도를 열심히 잘(?) 했더니 동네에 기막힌 소문이 돌고 있단다..
"아따~산으로 가는 배 처자는 얼굴도 이쁜데 기운도 씨데~~" ㅎㅎ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미숙언니네 삼촌까지 지원을 와서 벽미장을 했다..
그전에 방바닥 초벌 미장은 내가 혼자 했는데..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한 틈새 메꾼다고 이틀동안 포크와 숫가락까지 동원했었다..ㅎㅎ


벽은 다음날 보니 역시나~거북 등짝처럼 좍좍 갈라져 있었다..
지금까지는 황토맥질을  두 차례 끝내놨는데 앞으로 한 두번은 상황봐서 더 해야 될듯..
집을 지으면서 세 차분량의 흙반죽을 거의 혼자 손으로 했다..
섬섬옥수가 '앞발'이 되도록 고무장갑이 열켤레쯤 작살이 났으니 대단한 김영미이다~~!!
내가 생각해도 놀랍다..ㅎㅎ


2.5평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어서 시렁을 달았다..
김칫국부터 먼저 마신다고 벌써 모시 가리개와 커텐까지 만들어 놓고 대기상태..ㅎㅎ


원래 계획대로라면 1960년대 방이 컨셉이었는데 욕심이 생겨 바뀌었다..
불필요한 가구없이 단아한 선비의 방..!으로..ㅎㅎ

밤이면 솔바람 소리를 동무삼아 책을 보고..
아침이면 햇살의 기운으로 저절로 눈이 떠지는 작은 방..
정갈한 이부자리 시렁위에 두고 소박하고 단촐하게 살것이다..

세종때 간행된 '구황촬요'라는 의료요법 책에도 '뜨끈한 구들은 병을 치료하는데 아주 요긴한 시설'이라고 설치를 장려했다고 한다..

앞으로 맥질 두어차례 더 해야 되고..
콩댐해서 장판 바르고..
도배는 앉는 높이까지 제대로 된 한지를 바를까 한다..
문경에 한지 만드는 전통장인이 있는데 그쪽 문화유산해설사를 통해서 소개 받았다..


원래 계획은 크리스마스쯤 입주해서 크리스마스 베이비를 갖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아쒸~~아무래도 해피 뉴이어 베이비로 연기~~~ㅎㅎ

새들도 깃들 집은 직접 짓는데..
사람이 살면서 집 한채 지어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나는 운이 좋은 것인가..??

기둥도 없는 집이지만..
내게는 격조 높은 삼량집, 오량집 보다 더한 의미를 갖는다..
식물원 종하와 아랫마을 삼촌, 김천 사는 깊은바다님, 주인아저씨 내외..
시간이 날때마다 품앗이 형태로 합심해서 공사를 했다..

흙집짓기..!!
우선 경제적이며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볼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작업이지만 한켠 일구덕이기도 하다..
완성 그 자체보다 완성되어가는 기쁨을 맘껏누렸던 12월이었다..

당호(堂號)는 장락당(長樂堂)으로 했다..
창덕궁 낙선재 '장락문'에서 차용해 왔다..
장락은 '오래오래 항상 즐거운' 오랜기간 즐거움'을 의미하는데..
서왕모가 살던 월궁의 이름이기도 하단다..
곧 신선이 누리는 즐거움에 해당하는터..
앞으로 민박을 겸할 공간이 되기 때문에..
잠시 머물 손님들이라도 신선처럼 누리며 깊은(!)즐거움을 갖는 방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올 한해의 마무리는 '입택'으로 멋지게..!!

추신: 변변한 톱 한자루 없이 시작했지만 모두들 궁금해 할텐데..
황토벽돌과 흙은 공짜로 제공 받았고..
목재 39만원..구들돌과 문짝2개 34만원..시멘트,냉가벽돌,모래 10만원..
골함석과 단열재, 톱, 못, 반생, 수평자, 가마솥 등등 자재비가 약 4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앞으로 전통한지와 초배지 사는데 21만원 더 들테고..
주인아저씨가 깊은바다님에게 성의표시를 한 인건비(?)는 제외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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