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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24. 14:06ㆍ하루하루
서점 이전기념으로 거금 주고 산 '바람의 집'
벽에 걸어야 하는데 아직 못 걸고 있다.
바람의 집-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 치는 이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섬, 사월의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아래
제 몸의 피 다 솥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의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다만
살같을 싸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섬, 4월 바람은 당신의 뼈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당신의 뼈 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로 부터 시작되는
당신의 바람의 집 이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