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9. 14:07ㆍ정치
유시민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걱정한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뿌리 깊은 비판과 비난
최근 유시민대표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보면서 새삼 유대표가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될 때의 상황이 기억났다. 당시 대통령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 솔직히 나 자신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그냥 반대가 아니었다. 다들 격렬히 반대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여론부담과 당청관계 악화였다.
대통령은 거의 유일한 옹호론자였다. 반대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끝내 임명을 강행했다. 지금도 몇 가지 기억이 난다. “개혁당을 만들고 이끌었던 여당 내 지도자 중의 한 사람 아니냐? 능력 있는 지도자들에게 두루 기회를 주고 있는데 왜 유시민만 안 된다 하느냐?” “여론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 자신 있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등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정치의 중심부가 유대표를 관대하게 대해준 적은 별로 없다. 대중적 지지기반이 높아질수록 중심부는 더욱 부정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의 비판과 비난이 국민참여당 창당과 김해 보궐선거 패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단순히 그렇지가 않다.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도 이 일 저 일로 적지 않은 비판과 비난이 있었을 것이다.
부정적 정서는 상당부분 유대표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전통과 관행을 ‘무시’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기존의 질서나 기득권에 대해 ‘냉소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무시’와 ‘냉소’는 분명 ‘비판’이나 ‘걱정’과는 다른 내용이다. 자연히 쉽게 마찰이 일어나고 그런 가운데 ‘무리 수’가 나오기도 한다. 유대표 스스로 더 크게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부정적 정서의 많은 부분은 유대표가 버릴 이유도 없고, 또 버려서도 안 되는 그 나름의 특성으로부터 나온다. 우선 주장이 분명하고 일관되어 있다. 나름대로의 지식체계와 인식, 그리고 내공이 쌓인 주장들이다. 다수라 하여, 또 같은 편이라 하여 그냥 따라가지 않는다. 때로는 같은 편에 더욱 신랄하다. 당연히 개혁적이며, 그래서 여ㆍ야할 것 없이 기득권의 이익을 건드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이너 서클’이나 일차적 관계를 잘 만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유시민 라인’도 없고 ‘대구 라인’도 없다. 그의 독특한 행보에 따라 형성된 대중적 지지만 있다.
한마디로, 다르다. ‘덕 쌓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이리저리 어울리며 듣기 좋은 말만하고 다니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그러기에는 우리사회의 모순이 너무 깊고 잘못된 정치구도를 포함해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기득권을 가졌거나 일차적 관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 그 존재의 이유
유대표는 우리 정치의 자산이다. 우리 정치의 구조적 모순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만큼 그 존재의 이유도 분명하다. 특히 야권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먼저 그 하나는 야권의 중심인 민주당이 개혁과 혁신을 하지 못할 것이고, 이로 인해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만 해도 그렇다. 민주당의 승리는 낯 뜨거운 승리다.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따른 반사이익을 본 것이며, 그것도 박근혜 대표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의 일이었다. 어려운 지역이기는 했지만 그나마 힘들게 이겼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상황과 권력구조에 있어 중간선거는 거의 야권의 몫이다. ‘탄핵정국’ 등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야권이 월등히 유리한 고지에 선다. 이런 선거를 그 정도로 치러놓고 어떻게 즐거운 기분이 들 수 있을까? 정부여당의 패배는 있어도 민주당의 승리는 없는 선거였다.
반사이익이나 보는 정당이 향후 집권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길게 이야기할 사안은 아니지만 우리의 권력구조나 정치역학으로 볼 때 대통령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차별화 운운하며 대통령과 행정부의 등에 칼이나 찌르지 않을까? 그러다 어쩌다 죽어 꽃이 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상주완장 차고 장례행렬의 맨 앞에 비집고 들어오려 하지 않을까?
개혁과 혁신을 하면 좋겠지만 민주당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역구도가 만들어내는 도덕적 해이는 구조적이고, 반사이익의 즐거움은 크고, 개혁적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개혁의 대상이 오히려 개혁을 기치로 들고 나오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희망은 차라리 야권 내부의 경쟁이나 외부의 압력에 있다. ‘백만송이 민란’과 같은 정치사회운동에 희망을 걸고, 국민참여당의 창당을 비난만 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유대표의 존재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그의 지지기반이다. 이 기반은 그의 독특한 행보가 만들어 낸 것이다. 누구도 이를 대신할 수 없다. 유대표가 정치적으로 사라진다고 그 지지기반과 지지의 강도가 그대로 야권의 다른 정당이나 특정인에게로 가지 않는다. 다른 정치인에 대한 지지 역시 그러한 경향이 없지 않지만 유대표에 대한 지지는 좀 더 특별하다.
흔히들 유대표의 지지기반이 확장성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틀림없이 그런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그 기반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온 것을 느낄 수 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한 때 골프장에 재미있는 농담이 돌아다녔다. 티샷을 하려할 때 ‘유시민이 대통령 출마한다는데......’하면 영락없이 미스 샷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이제 더 이상 그런 말에 스윙이 흔들릴 정도로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거부감이 사라졌거나 지지기반이 확장되었다는 뜻이다. 앞으로 더 확장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결론은 간단하다. 누가, 또 어느 쪽이 앞서든 같이 가야한다. 통합해서 가든 연대해서 가든 같이 가야한다. 특히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유대표가 앞서는 것이 싫으면 정정당당하게 이겨 앞서야 한다. 그리하여 그와 국민참여당이 스스로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도록 해야 한다. 그만큼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통해 지지를 확보하라는 뜻이다. 유대표와 국민참여당을 죽여 그 시체를 넘어 봐야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승리를 자축하기에 앞서, 또 다른 누구를 비난하기에 앞서 어떻게 경기도지사선거와 김해 보궐선거 단일화에서 패배하였나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2011년 5월 8일.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2007년 노무현 대통령 5.18 기념사 vs. 맹박 2008년 기념사 (0) | 2011.05.18 |
---|---|
'노무현, 그리고 한국정치의 미래를 말하다' (0) | 2011.05.14 |
금감원 낙하산들, '국민돈 5조' 말아먹었다 (0) | 2011.05.03 |
MB정부 3년 ‘나랏빚 이자’ 50조 육박 (0) | 2011.04.08 |
MB네비게이션 (0) | 2011.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