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봉하’, 노 대통령에게 받은 아주 특별한 선물 - 권양숙 여사와 함께 한 ‘제1회 자원봉사자의 날’
30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였다는 지난 12월 25일. 체감기온이 영하 15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도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감동의 드라마가 봉하에서 연출되었습니다. 봉하와 노무현 대통령님 일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천릿길도 마다않는 자원봉사자들, 이른바 ‘봉하 폐인’들을 위한 제1회 자원봉사자의 날 행사가 열린 것입니다. 짧게는 서너 달, 길게는 대통령님이 귀향하신 때부터 지금까지 장장 3년여를 봉하사랑에 열심인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2011년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자리였습니다.
자원봉사자들, 3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화기애애’
친환경쌀 방앗간에는 사람사는 세상 회원들을 비롯해 ‘사랑나누미’와 ‘봉길이네’(봉하 가는 길), ‘노무현 대통령과 삼겹살파티를 하는 사람들’의 ‘봉삼이네’(봉하 노삼모), 다음카페 노사모 ‘노랑개비’, ‘문사모’(문재인 변호사님을 사랑하는 모임) 등 전국 각지에서 온 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이날 모임의 의미가 깊은 것은 봉하에서 1년 내내 다양한 자원봉사를 하며 땀 흘려온 이들이 한날한시 한자리에 모두 모인 것이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갖가지 이벤트도 풍성했습니다. 첫째는 모두가 환호한 권양숙 여사와의 만남입니다. 봉하재단은 변함없는 사랑과 봉사로 봉하를 아름답게 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행사에 참여한 70여 명의 자원봉사자 전원을 대통령 사저에 초대해 권양숙 여사와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권 여사는 사랑채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에게 “사저가 만들어진 이래 가장 많은 손님을 초대한 날”이라며 각별한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권양숙 여사, 자원봉사자 70여 명 사저로 초대해 환담
“창밖을 한 번 바라보세요. 이곳이 봉하에서 사자바위를 제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아름답지요? 게다가 볕이 잘 들게 만들어져 겨울에도 포근함이 듬뿍 느껴지는 곳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더 따뜻합니다. 봉하재단이 출범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대통령님마저 계시질 않아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그래서 더욱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들이야말로 봉하를 지키는 참일꾼들이십니다. 날이 풀리면 대통령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볕 좋은 곳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권양숙 여사와의 대화에 이어 참여정부 시절부터 귀향 뒤 지금까지 대통령님 내외분을 보좌하고 있는 경호실의 주영훈 본부장을 비롯해 여러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의 안내로 사저 건축에 관한 숨은 이야기들과 거기에 담긴 대통령님의 뜻을 듣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봉하에서 대통령님을 모셔온 한 참석자의 말이 모두에게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대통령님이 계실 때는 항상 그분 뒤편에 서서 여러분들을 뵈었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아주 반갑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저기 액자에 걸린 도종환님 시의 ‘담쟁이 잎’과 같습니다. 그 잎 하나하나가 모여서 마침내 시대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담벼락을 넘어설 것이라고 믿습니다.”
봉하에서 함께 꾼 ‘천일의 꿈’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어울려 준비해온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2부 행사는 저녁 무렵 친환경쌀 방앗간 2층에서 열렸습니다. 김정호 대표는 “대통령님을 따라 봉하에 처음 온 것이 2008년 2월 25일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기다리면서 날짜를 꼽아봤는데, 얼마 전에 1천일이 지났더군요. 천일의 꿈속에는 늘 대통령님과 여러분들이 있었습니다. 여름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수북하게 산을 덮어버리는 잡초들과의 전쟁, 황량한 모래바람이 부는 길가를 아름다운 꽃들과 노란 바람개비들로 수놓게 해준 여러분, 대통령님의 빈자리를 채워준 것은 바로 여러분들”이라며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첫 프로그램은 20살 전후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날림패 ‘어처구니’의 즐거운 판소리마당이 채웠습니다. 판소리 ‘백발가’를 시작으로 오늘의 정치상황을 억척 새댁의 한판 씨름대결로 희화시킨 창작 판소리 ‘삽질가’, 창원오광대 등 전통문화의 흥겨움과 젊음의 패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잘 어우러진 무대였습니다.
이어 지난 1년간의 자원봉사 활동을 슬라이드로 담은 영상, 대통령님의 ‘시민 민주주의론’, 김정호 대표의 ‘배 둘레 햄’ 사이즈 같은 익살스런 퀴즈부터 대통령님의 철학에 관한 진지한 의제까지 다룬 ‘봉하 골든벨’ 등 갖가지 프로그램이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노랑개비의 자봉대장을 맡고 있는 ‘화원’님은 “노무현 대통령님이 이 자리에 계시다면, 봉하에 도착해 귀향보고를 하며 외쳤던 ‘야 기분 좋다!”란 말을 되돌려 드리고 싶다. 그동안 일하면서 느꼈던 보람만큼이나 그것을 나누는 이 자리가 정말 행복하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노 대통령님께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2010년 봉하 자원봉사활동의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사회를 밝게 만드는 힘 ‘자원봉사’
대통령님은 평소 깨어있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의 하나로 자원봉사를 꼽고, “이것이야말로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만드는, 나눔의 실천을 통해서 법과 제도의 공백을 메우고, 우리 사회를 더 밝고 더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역설해왔습니다.
2010년 한 해 동안 물심양면으로 봉하를 지키고 가꿔온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진 : 노랑개비 동네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