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은 17일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이사장 주재로 대통령님 묘역 훼손 사건에 따른 대책회의를 열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양 재단은 이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단 묘역관리 인력이 상주하는 체제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또한 국가보존묘역 1호인 노무현 대통령 묘역의 운영·관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사건은 정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직 대통령을 마구 매도하는 집권세력의 행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터무니없는 사실로 전직 대통령과 유족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고소․고발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前 국무총리, 조기숙 前청와대 홍보수석, 김용익 前 사회정책수석, 강기석 노무현재단 편집위원장, 차성수 前 시민사회수석, 황인성 前 시민사회수석, 이정호 前 시민사회수석, 최인호 前 국내언론비서관(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등과 노무현재단·봉하재단 직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대책회의가 끝난 직후인 오후 2시 30분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공동 참배했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에게 다짐을 드리는 ‘노무현 대통령님께 올리는 글’을 낭독했습니다.
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은 17일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훼손 사건에 따른 대책회의를 가졌습니다. 먼저 회의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데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고인의 묘역을 훼손하는, 인륜을 저버린 이같은 범죄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은 향후 이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묘역에 관리인력이 상주하는 체제를 꾸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묘역 해설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가 방문객이 많은 시간대에는 상주하고, 재단의 관리인력은 수시로 묘역을 돌아보는 체제였습니다. 이를 상시적으로 재단 관리인력이 묘역을 관리하는 체제로 바꿀 예정입니다.
정부의 대통령 묘역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지원도 필요합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국가보존묘지 1호’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통령 묘역에 대해 아무런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경찰의 경비는 전경 1명이 사저 주변 경비 차원에서 묘역 내 근무를 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지난 9월 김정권, 백원우 의원 등 19명의 의원이 국가보존묘역 중 전직 대통령의 묘지 조성 및 운영 관리 등에 대한 지원을 명시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국가보존묘역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빠른 시간 내에 개정 법률안의 처리를 요청합니다.
집권세력의 행태도 바뀌어야 합니다. 정파가 다르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들을 친북좌파나 빨갱이 딱지를 붙이면서 마구 매도하는 집권세력의 행태가 이런 일을 발생시키는 근본 이유라고 봅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검찰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로 전직 대통령과 유족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한 조현오 경찰청장 고소·고발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더불어 조 청장은 말로만 사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는 것부터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망언을 하는 사람이 경찰청장으로 있는 상황이 대통령 묘역을 훼손하는 범죄가 벌어지는 것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훼손에 걱정과 염려를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은 자체적으로 묘역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운영 관리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향후 이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0. 11. 17. 노무현재단 · 봉하재단
노무현 대통령님께 올리는 글
가슴에서 피눈물이 납니다. 참담합니다. 너무나 황당합니다.
아직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마음속에 흐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김대중 대통령님의 묘역에는 불을 지르더니, 대통령님 묘역에는 오물을 뿌렸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짓밟고 있습니다.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대통령님의 묘역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돌아가시고도 편히 계시지 못하는 대통령님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대통령님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모욕하고, 더럽히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을 억울하게 돌아가시게 한 것만으로도 모자랍니까?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저 섬멸해야 할 적일뿐입니까?
그들은 정파가 다르면 전직 대통령들에게도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입니다. 툭하면 친북좌파 타령 일색입니다.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인륜을 저버린 행동까지 했겠습니까?
대통령님께서 생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극단주의로는 우리의 미래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극단주의는 독재시대의 종말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 합니다. 그걸 부추기는 시대착오적인 세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 뿐입니다.
새는 왼쪽과 오른쪽의 날개로 납니다. 강물도 좌, 우로 굽이치며 바다로 나갑니다.
대통령님께서 살아계셨다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실 겁니다.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말씀하실 겁니다. 서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대한민국을 역설하실 겁니다.
우리도 분노만 하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슬퍼만 하지도 않겠습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보여주겠습니다.
이같은 패륜적인 범죄와 극단주의가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분골쇄신하겠습니다. 하늘에서 지켜봐주십시오.
2010년 11월 17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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