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7. 17:12ㆍ정치
악한 놈보다 더러운 놈이 더 나쁘다
(서프라이즈 / 엘파소 별 / 2010-11-07)
세상을 살다 보면 악한 놈도 만나고 더러운 놈도 만난다. 선하고 착한 사람만 사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살기 좋은 세상이란 무얼 말하는 걸까? 악한 놈 더러운 놈들이 있긴 하지만 사회가 그놈들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격리하여 착하고 선한 사람을 보호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잘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운 것을 뜻하는 것이리라.
내가 살고 있는 엘파소는 미국 50만 이상 대도시 중 하와이 다음으로 두 번째 안전한 도시다. 국경도시는 일반적으로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 국경도시인 엘파소는 오히려 가장 안전한 도시로 기록된 것은 경찰 및 마약단속반, 국경수비대와 이민 세관 단속국 등 엘파소에 주재하는 다양한 공권력의 건강한 기능을 일차적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엘파소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의 후아레쓰는 인구 백만이 넘는 멕시코의 대도시다. 한 달 2-3백 명의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으며 전쟁 지역을 제외하고 지구 상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도시다. 이는 마약전쟁의 결과이며, 경찰과 군대가 투입되었지만 마약카르텔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공권력의 무능력은 마약카르텔과 부패한 국가 공권력 사이의 차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시민의식의 총체적 타락으로부터 온다.
공권력이 악한 놈과 더러운 놈을 적절하게 통제하거나 격리하지 못하면 사회는 타락하게 되고 사람들의 의식도 타락하게 되어 멕시코 후아레쓰처럼 악하고 더러운 놈들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정치와 정부의 공권력은 사회적 타락을 막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사람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 일을 못하는 무능한 정부와 정치는 다수의 시민들이 통제하고 격리해야 한다. 때문에 악한 놈과 더러운 놈이 활개치는 세상에서 일차적으로 시민들이 나서서 정치와 공권력을 위임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시민의식이 타락하면 악하고 더러운 놈들이 활개치게 된다는 점에서 시민의 책임이 가장 크다.
악한 놈이 더 나쁠까? 아니면 더러운 놈이 더 나쁠까? 이를 구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겠으나 기능면을 생각하면 구별할 필요가 있다. 마약카르텔은 마약으로 사람을 파괴하고 돈을 버는 악한 놈이다. 이놈들은 누가 뭐라 해도 통제되고 제거되거나 격리되어야 할 놈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헛갈리는 일이 없다. 이놈들은 우리가 악하고 사악하다고 말하면 아무도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거나 못한다. 같은 편이거나 가족이 연관되어 있다 해도 다른 사람 눈치 봐서 ‘악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더러운 놈은 다르다. 마약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먹거나, 마약을 스스로 복용하거나, 아니면 마약을 은밀하게 판매하는 놈들이 정부 안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다면 이들은 더러운 놈들이다. 이들이 공권력의 도덕성을 타락시키고 시민들이 공권력과 악한 놈의 폭력 사이에 분별하지 못하도록 시민의식을 혼란에 빠트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멕시코 후아레쓰의 비극은 악한 놈들과 더러운 놈들이 만든 총체적 타락으로부터 온 것이다. 후아레쓰의 비극을 끝내는 일은 정부 공권력 안에 있는 더러운 놈들을 통제하고 격리하는 것이 마약을 제거하는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최근 봉은사 주지가 이명박은 ‘최악의 대통령인 전두환만큼 나쁘다’고 말했다 하여 신문에 보도된 걸로 안다. 그런데 사실 이명박과 전두환은 같은 부류가 아니다. 전두환은 자신의 권력욕을 앞세워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도발했던 악마의 부류다. 악한 놈이다. 악한 놈이 세상을 공격하면 시민이 싸워야 하는 전선이 분명하게 된다. 그런데 더러운 놈은 그 전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세상을 타락시키는 일에 악한 놈보다 몇 배나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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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마사오 |
지금 한국사회는 악한 놈보다 더러운 놈이 온 세상을 다 더럽히고 타락시키고 있어서 전두환 시절보다 더 고약한 세상이 되었다.
이명박과 그 일당은 지독하게 더러운 놈 부류에 속한다. 탈법과 불법을 행하는 것은 몸에 배어 있어서 스스로 탈법과 불법이 구별되지 않는다. 거짓말과 참 사이의 구별도 하지 못한다. 4대강, 천안함, 대포폰…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거짓말들과 강자에게 한없이 너그럽고 가난하고 약한 자들에게는 힘자랑과 협박을 일삼는 국가공권력을 야비하고 치사하여 상대조차 하기 역겨운 집단으로 일반화한다.
가끔 검찰의 생리를 마치 예리한 분석처럼 내놓은 경우를 본다. 정권 후반기에는 정권의 비리를 축적했다가, 새 정권 초기에 전 정권을 향해 사정없는 칼을 휘둘러 후임정권의 거래를 한다는 등의 검찰생리는 이미 한국사회의 검찰본색으로 자리 잡았다. 검찰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일반화하는 것이다. 성접대를 받았다고 세상에 다 드러났어도, 대통령이 거짓말을 일삼고 공권력이 범죄를 일삼아도 공개적으로 눈을 감는다. 시민들에게 권력이라는 게 다 이런 거라고 도리어 떵떵거리며 약자들을 찾아 사냥놀이를 한다. 주어진 공권력을 비겁하게 사용하며 사회를 타락시키는 참으로 더러운 놈이다.
한국의 언론도 참으로 더러운 놈이다. 그들은 신문은 눈에 보이는 대로, 귀로 들은 대로 전하기만 하면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정당화하고, 시민을 향하여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게으르고 비겁한 자신들의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왜곡한다. 때문에 그들은 진실과 거짓에 대한 분별력이 아주 약하다. 검찰이 옳다고 발표하면 옳은 것이고, 대통령이 거짓말을 해도 거짓인지 참이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다만 전달한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신문과 방송을 보는 시민들의 의식이 타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성공주의와 영웅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사회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도덕과 삶의 질을 내던지고 국민소득 5천 불 이전의 시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유 불문하고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거지 근성을 마치 성공주의 가치관인 것처럼 자랑하는 ‘더러운 놈’들이 한국사회에서 활개 하는 이 비극은 오직 깨어있고 분별 있는 건강한 의식의 시민만이 막을 수 있다.
지금은 악한 놈보다 더러운 놈이 더 나쁘다.
엘파소 별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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