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14호선 우회도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2010. 6. 22. 21:09사람 사는 세상

국도 14호선 우회도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조회수 : 16719
등록일 : 2010.06.10 13:43


지난 6월 8일 제 트위터로 국도 14호선 우회도로가 봉하마을 앞 들판을 가로지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많은 분들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항의글을 남겼습니다.

6월 9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봉하재단으로 연락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해줄 테니 면담을 하자고 했습니다. 봉하재단은 지난 4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설계팀과 한차례 협의를 가진 바 있습니다. 그때도 이 노선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미 관련 절차를 밟아가고 있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자신들의 입장만 강변하고 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당시와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아니면 대통령님 묘역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에 대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만날 수 있지만 기존 입장을 다시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 위한 만남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홈페이지 여론광장에 “노 前대통령님 묘역 부근 도로 설계는 사실 이렇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자신들의 노선계획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노선 선정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 더구나 봉하마을 주민들은 현 노선을 적극 찬성한다.
2. 설계 노선은 대통령 묘역과 776m 이상 이격되어 있고, 고가도로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거나 그들의 일방적 주장입니다.

첫째, 관련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설명회입니다. 그러나 대통령님 서거 이후 봉하마을에 묘역이 조성되고 봉하재단에서 묘역관리를 맡고 있음에도, 봉하재단은 물론 봉하마을 주민들도 주민설명회 참석에 대한 요청을 받은 바가 없습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주민설명회를 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이광재 의원을 통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연락해 어떻게 된 거냐고 문의했더니, 그때서야 설계팀장을 보내 ‘일방적 설명’을 하고 갔습니다. 당시에도 봉하재단은 명백히 이 노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갔습니다.

봉하마을 주민들이 찬성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봉하재단에서 노선을 놓고 주민들과 간담회도 하고 설득도 해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마을 가까이 도로가 생기면 마을에 좋은 것 아니냐? 땅값도 오르고 개발도 되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겁니다. 특히 노선이 지나는 곳에 땅을 가진 분들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개발논리이지만, 주민들께는 봉하재단의 입장에 대해 양해를 구했습니다. “대통령님 묘역에서 훤히 바라다 보이는 곳에 도로가 지나가고, 더구나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봉하들판 위에 도로를 놓겠다는 건 대통령님 유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니, 우리 재단으로서는 반대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는 마을 주민들도 서로 입장이 다르지만 봉하재단으로서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둘째, 도로가 묘역에서 776m 이상 떨어져 있어서 영향이 없고 고가도로가 아니니 상관없다는 부분입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고, 숫자놀음입니다. 당연히 이런 문제는 현장에 와서 눈으로 확인해야 되는 사안입니다. 봉하마을 건너편이 뱀산입니다. 대통령님 묘역에서 건너편 뱀산까지 직선거리가 약 400m입니다. 776m라면 대통령님 묘역에서 건너편 뱀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약 45° 비껴서 도로가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고가도로가 아니라고 하지만 방음 둑을 합하면 논바닥에서 10m 이상의 높이로 도로 구조물이 생기는 것입니다. 단지 그게 고가도로가 아니니 괜찮다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주장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해명자료에는 그동안 검토해온 3가지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국도 14호선 우회도로에 대해 3개의 노선안을 놓고 비교 검토해 왔습니다. 3개의 대안 중 1안은 화포천을 가로지르는 안이었고, 2안은 봉하들판, 3안은 봉하마을 입구 본산준공업단지 위를 지나는 안이었습니다. 그 비교 검토 결과가 ‘사전환경성검토보고서’라는 자료입니다(자료를 보고 싶은 분들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1안은 애초 폐기된 안입니다. 화포천은 국내 최대의 하천형 습지로 대통령님께서 습지복원을 위해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계셨던 곳인데다, 화포천을 가로지르고 나와 봉화산 중간을 터널로 뚫고 지나가는 안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2안과 3안을 놓고 어디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였고,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3안의 경우 공장을 다수 옮겨야 하므로 공단측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민원발생의 우려가 적은’ 2안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2안과 3안의 총공사비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2008년 12월 작성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명의의 ‘국도건설공사 실시설계 설계현황’이란 자료에 의하면 2안의 경우 공사비와 보상비를 포함해 최소 1,623억원에서 최대 1,924억원입니다. 본산준공업단지를 통과하는 3안의 공사비는 보상비를 포함해 1,736억원으로 오히려 사업비가 다른 노선에 비해 과다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물론, 현재는 시일이 1년 반 이상 지나 전체 사업비도 약간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노선을 검토하는 과정에, 대통령님 퇴임 이후 지금까지 400만 명이 넘는 많은 분들이 찾아온 봉하마을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대통령님 묘역과 생가가 있고, 대통령님 유지에 따른 친환경농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런 부분은 노선 설계과정에 별다른 고려요소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내놓고 해명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열린 마음으로 임해주기를 당부합니다.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한다면 갈등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봉하재단도 도로를 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하다면 대통령님 묘역과 생가, 봉하마을과 봉하들판, 한해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과 참배객들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의견은 언제든지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 봉하재단에서 국도14호선 우회도로의 문제점을 관계기관에 알리기 위해 작성한 자료를 첨부합니다. 그리고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올린 해명자료도 링크합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해명자료에 나와 있는 지도에 따라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찍은 마을사진 위에 도로가 놓일 지점을 표시한 자료를 함께 첨부합니다.


[관련 자료]
1. 노무현 대통령 묘역 인근에 신설되는 국도 14호선 우회도로 노선변경 협조 요청 [다운로드]
 (봉하재단, 2010년 5월 4일 작성)

2. 노 前대통령님 묘역 부근 도로 설계는 사실 이렇습니다. [다운로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2010년 6월 10일 작성)

3. 봉화산 정상에서 바라본 봉하마을 사진으로 보는, 신설도로의 위치


4.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2010년 2월)에 첨부된 각 비교노선별 노선도 [다운로드]
 (노선도가 선명하지 않아 2008년 말 작성된 비교노선도를 함께 첨부합니다 [다운로드] )




   

 

http://www.knowhow.or.kr/bongha_inform/view.php?start=0&pri_no=999601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