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 자서전을 내면서] “고맙습니다”

2010. 4. 28. 14:17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대통령님 자서전을 내면서] “고맙습니다”
추천 : 33 반대 : 0 신고 : 0 조회수 : 1030 등록일 : 2010.04.28 11:25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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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이 책을 펴냅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왔고 앞으로도 더 나오겠지만, 출생에서 서거에 이르기까지 인생역정 전체를 기록한 ‘자서전’은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재단은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고 어떤 꿈을 꾸었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한 사람인지 정확하게 기록한 책을 출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나 정치적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시대 상황과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가 어떤 목표를 추구했는지, 무엇을 성취했고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겼는지, 우리는 많은 시간 더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노무현’을 넘어 ‘인간 노무현’의 삶에 대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변호사 노무현, 인권운동가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은 모두 ‘인간 노무현’의 일부입니다. 그 모두가 하나로 어울려 ‘인간 노무현’이 되었습니다. ‘인간 노무현’의 삶과 죽음 전체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아야 비로소 ‘대통령 노무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다른 사람이 원고를 정리하기는 했지만,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들을 기록한 ‘정본 자서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매순간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목표가 개인적 출세였던 시절도 있었고 사회의 진보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또한 당당하게 살고자 분투했던 사람입니다. 세속적 기준으로 보면 성공한 변호사였던 그는 소위 부림사건을 만나 뒤늦게 역사와 사회에 눈을 뜬 이후 마치 활화산처럼 자신을 불태우며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정치에 뛰어든 뒤 숱한 좌절을 겪고 낙선을 거듭하였지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실수를 하고 오류를 범했지만 잘못을 감추거나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부단히 자신을 성찰하고 교정해 가면서 원칙과 상식의 힘에 기대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된 후에도 한결같이, 그는 반칙과 분열주의에 항거했으며 기회주의와 분연히 맞서 싸웠습니다. 힘이 없을 때에도 부당한 특권 앞에 굴복하지 않았으며, 권력을 쥐었을 때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앞에 당당한 사람이 되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오랜 세월 멀리서 가까이에서 본 ‘인간 노무현’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기록하거나 구술하였던 삶의 기록 곳곳에서, 우리는 전력을 다해 싸우고 끝없이 번민하는 ‘인간 노무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대통령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가 그 모습 그대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퇴임한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을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가치 있는 자서전은 거짓과 꾸밈없이 진솔하게 써야 하는데,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으로서 관계를 맺었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현업에 있는 상황이라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에야 자서전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검찰 수사가 대통령의 주변을 옥죄어 들어 왔던 시점에 와서야 회고록을 써야겠다며 목차와 생각의 편린들을 메모하기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그 일을 할 만큼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열네 줄 짧은 글 하나만 남기고 떠나 버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을 쓰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날을 더 살아가야 할 ‘노무현의 사람들’은 그를 잊지 않고 그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를 국민 여러분께 바칩니다. 국민장 기간 동안 봉하마을과 전국의 분향소를 찾아와 애도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담아 이 책을 드립니다. 분향소에 오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명복을 빌어 주셨던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아주 많이 사랑하셨던 분들에게는 이 책이 따뜻하고 정겨운 작별 인사가 되기 바랍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마지막 길을 걸어야 했던 그 외로웠을 발걸음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적셨던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잘 몰랐거나 아직도 오해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이 책이 막혀 있던 소통과 공감의 문을 여는 손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가족과 옛 참모들, 동지들, 오랜 벗들, 노무현재단 임직원과 회원들 모두를 대표하여, 아직도 애도를 끝마치지 못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4월
노무현재단 상임이사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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