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 49일간의 기록…그리고 마지막 날

2009. 7. 11. 11:58사람 사는 세상

봉하 49일간의 기록…그리고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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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9.07.09 15:48

[이모저모] 봉하 49일간의 기록…그리고 마지막 날

 

‘사상 最多조문’ 봉하분향소 9일 자정 종료식

 

○… 영결식 전까지 최소 100만 명 이상이 조문하면서 ‘사상 최다 조문’ 장소가 되었던 故 노무현 前 대통령 봉하마을 분향소가 9일 자정 참모진들의 마지막 분향을 끝으로 종료됩니다.

 

봉하마을 분향소에는 지난 5월 29일 영결식 이후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9일까지 155만 여명이 참배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조문객 규모로는 전무후무한 분향소로 기록될 봉하 분향소는 이병완 전례위원장 등 참여정부 참모진들과 헌신적으로 운영한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배우 명계남씨의 진행으로 마지막 분향의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안장식 초청인사 각계 망라 1600여명…다양한 사연

 

○… 안장식장 내 좌석이 마련된 초청인사 가운데에는 다양한 분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각 당 대표와 국회의원, 각계 원로와 대표,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 외에도 대통령님 중-고교 동기, 사법고시 동기, 종친회 인사, 마을주민, 지역민 등이 두루 초청됐습니다.

 

비석 건립 및 묘역조성에 참여한 분들도 초청됐습니다. 또 퇴임 후 대통령님이 살기 좋은 농촌을 구상하며 방문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전국 각지의 모범적 마을 농촌지도자들도 참석합니다. 특히 장의기간 중 생수, 모자 등 다양한 기증품을 선뜻 내놓은 시민들도 다수 초청됐습니다. 장의기간 내내 헌신적으로 봉사한 자원봉사자들, 전국 각지에 시민분향소를 만들어 운영한 분들도 참석합니다.

 

대통령님과 함께 친환경 농업을 같이 추진한 친환경쌀 작목반 농군들, 장군차 조합원들, 김해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 화포천 지킴이들도 초청됐습니다.

 

2002년 대선 때 ‘희망돼지’ 저금통을 모았다가 기소된 시민들도 특별히 초청됐습니다.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동호회 회원들, 국민장 기간 내내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친 인터넷 카페 회원들도 참석합니다.

 

봉하는 태극기 물결

 

○… 안장식이 열리는 봉하마을과 안장지 주변은 전직 국가원수로서 국가와 민족을 사랑했던 고인의 뜻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곳곳에 게양됩니다.

 

묘역 중앙 우측에는 높이 9m 짜리 대형 태극기 게양대가 설치돼 앞으로 항상 대통령님 묘역에서 함께 하게 됩니다. 또 묘역 뒷면 철벽 쪽에도 1m 간격으로 태극기가 나란히 걸립니다.

 

마을 입구부터 마을 안까지 진입로 전신주에도 15m 간격으로 태극기가 게양되고, 봉하마을 집집마다 안장식 하루 조기가 게양됩니다.


 

 

영결식 이어 안장식 준비에 ‘참여정부 청와대’ 총출동

 

○… 대통령님 서거 이후 영결식을 준비하는 봉하마을은 과거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내려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참여정부 청와대’처럼 움직였습니다.

 

안장식을 1주일 앞두고 꾸려진 전례위원회 산하 안장식 준비기획단 역시 영결식을 준비했던 ‘참여정부 청와대’처럼 과거 청와대 출신 비서관들과 행정관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40여명의 前 비서관과 前 행정관들이 직장을 쉬거나 생업을 잠시 접은 채 봉하마을에 상주하면서 대통령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소홀함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부속실이나 의전비서관 출신들은 의전과 제례업무를 전담하고, 시민사회수석실 출신들은 시민사회 등 각계 인사 초청업무를 전담하고, 홍보수석실 출신들은 홍보와 인터넷-보도지원 등을, 총무비서관 출신들은 질서유지와 지원시스템을 별도로 책임지는 분담체계를 갖췄습니다.

 

추모 영상물의 숨은 사연

 

○… 안장식 식순에는 두 개의 영상물이 별도로 준비됐습니다. 시민대표 14명의 헌화-분향 순서에 상영될 영상물은 이들이 누군지, 대통령님과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짧게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추모영상물은 추모객들이 대통령님 생애 전반을 추억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입니다.

 

두 편의 영상물은 모두 영화감독 정길영씨가 제작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정 감독은 미장센영화제 본선 진출작이자 부산아시아영화제 초청작인 단편영화 <꽃시절>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작은 <우리동네>입니다. 정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소개로 제작을 맡게 됐습니다.

 

수년 만에 처음 노래하는 정태춘씨

 

○… 안장식 당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마을회관 앞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추모문화제 <잘 가오, 그대>는 가수 정태춘씨가 총연출을 맡았습니다. 노찾사, 백무산 시인, 배우 오지혜-권해효, 전경옥, 하림, 신지아씨 등 후배 문화인들이 출연료 없이 오로지 추모의 마음으로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공연이 이뤄지도록 애를 쓴 김영준씨는 다음기획 대표입니다. 한편 정태춘씨는 한국사회의 절망적 현실에 오랜 기간 노래를 부르지 않다가 공식 자리에서 노래를 부른 건 실로 수년 만입니다.

 

‘고향 안장’ ‘화장’ 전례 없어 전례위 고심 또 고심

 

○… 노무현 대통령님은 전직 국가원수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않은 첫 경우라 참조할 만한 전례 절차가 없어 여러 모로 고충을 겪었습니다.

 

장의 전반 일일이 행정안전부, 유교예법 전문가, 장의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가며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묘역 조성의 예법과 관련해 고충이 컸습니다.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당부하신 고인의 유언에 따라 소박하고 간소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과 전직 국가원수로서 최소한의 위엄은 갖춰 드려야 한다는 의견이 매번 상충했습니다. 결국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한다는 기조를 정하게 됐습니다.

 

참모들 십시일반 “血稅에 누 끼치지 말자”

 

○… 대통령님 서거 이후 영결식에 이르는 절차, 그리고 안장식은 국민장인 만큼 정부 예산으로 치러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전례위원회는 행정안전부와 예산-회계 협의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 하나를 정했습니다. 정부예산으로 신청하기에 적절하지 않거나, 오해를 살 만하거나, 응당 시민영역이 안아야 할 내역은 아예 예산 청구조차 하지 않고 참모들이 자조의 정신으로 십시일반 성의를 모아 감당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대부분의 직원들, 내각의 전직 장-차관,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흔쾌히 뜻을 모아 자조비용을 모았습니다.

 

이 소식이 일부 알려지면서 ‘정부가 예산지원에 얼마나 인색하면 돈을 모아야 하느냐’ 정반대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길래…’ 등의 오해가 있었지만 모두 사실과 다릅니다. 단지 나라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야 할 부분은 자조로 풀어가는 것이 고인의 뜻에 맞는 것이라는 참모들 스스로의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자원봉사 정신, 봉하를 끌고 가다

 

○… 안장식에 참여할 자원봉사자 수는 500여 명이 넘습니다. 前 청와대 직원, 노사모나 지역주민, 민주당 당직자 등이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섭니다. 교통안내, 참배객 안전유지, 생수배포, 식장 안내, 노약자 보호 등을 도맡아 하게 됩니다.

 

사실 서거 이후 영결식-노제부터 봉하 분향소 운영, 안장식 준비에 이르는 과정도 이들의 봉사와 희생이 아니었다면 원만히 치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특히 인근의 부산-경남 자원봉사자들은 변변한 잠자리도 없이 24시간 밤을 새며 분향소를 지켰습니다. 주말마다 많은 시민들이 봉하를 찾아 농사 일을 돕는가 하면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부물품 하나하나에 사연들이...

 

○… 안장식을 앞두고 봉하엔 기부물품이 쌓이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분들의 성의가 답지하고 있습니다. 전례위원회는 당일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물품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요긴하게 쓰려고 합니다.

 

가장 많은 것은 생수. 또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쓰라며 음료수, 과일, 컵라면, 과자, 휴지, 일회용 물품 등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꽃이나 향을 보낸 분들도 있고 붓글씨나 기념품을 보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문화인들이 봉하마을 곳곳에 아름다운 기념이 될 만한 작품을 만들어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장식이 끝나면 이들의 사연과 감동적인 뒷얘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