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31. 23:03ㆍ하루하루
1년 중 가장 대목이지 싶은 설을 앞둔 떡방앗간 풍경을 벌써부터 한번 찍고 싶었다.
분주한데 가서 사진기를 들이댈 용기가 없어 매번 포기하고 말았는데...
어제 볼 일 보러 나갔다가 방앗간집 큰 아짐을 만났다. 눈인사만 한 정도였는데 아짐을 만나고 오니 잠잠하던 병이 도진 것처럼 이번엔 꼭 찍어보고 싶어졌다. 하고 싶은 건 해봐야 하는 나를 누가 말리노~
뭐 좋은 수가 없을까 궁리 끝에 가래떡을 한 되 하기로 했다. 양은 조금이지만 손님자격으로 갔으니 사진 찍는다고 앞에서 알짱거려도 싫은 내색을 못하시리라.-_-
어제 집에 가자마자 쌀부터 담갔다.(9-10시간쯤 불려야 한다고 한다) 보통 시루떡 같은 떡은 고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양이 늘어나는데 가래떡이나 절편은 고물이 일체 안 들어가 양이 얼마 안된다. 해서, 두 되를 담갔다. 떡국 끓여먹을 요량으로 가래떡을 빼는게 아니고 떡방앗간 사진 찍을려고 가래떡 빼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내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ㅋ
오늘 아침..
다라이에 담아 보자기로 묶은 쌀이 떨어질세라 자전거 뒷자리에 꽁꽁 묶어 7시 반쯤 방앗간에 도착하니, 기름 짜는 큰 아짐만 나와 계셨다.
이 방앗간+떡집은 내가 행곡 살 때 농사 지은 고추 빻고 들기름 짤 때부터 가던 집이다. 형제 부부가 하는데, 형님 부부는 고춧가루나 참기름 들기름을 짜고 동생 부부는 떡을 만든다. 큰 아짐은 오는 손님들(주로 할매들) 하소연에 장단을 잘 맞춰주시고 작은 아짐은 '용건만 간단히' 스타일.^^
여기를 갈려면 두군데 방앗간을 지나가야 한다.
쌀이 가래떡이 되기까지...
고향표 쌀
참기름
방앗간 큰 아짐. 2홉들이 소주병에 담은 참기름 한병에 7,000원
첫 버스 타고 나오셨을 할머니 두 분. 할머니들은 딸 흉은 안 보면서 며느리 흉은 왜 글케 보실까? 울 엄마도 그러실라나? -_-;
한 분은 아는 이 어머니신데 며느리 흉보는게 무안하실까봐 모른척 했다.^^
쌀 빻는 기계
고춧가루 빻는 기계
떡 만드는 가격표
8시, 떡집 아저씨가 나오셨다.
쌀가루가 내려오면 물을 약간 넣고 버무려 줌. 무슨 떡을 할 지에 따라 두세차례 반복해서 빻는다
용건만 간단히 아짐 나오심.-_- 아저씨가 쌀을 빻아주면 아짐은 찜기(예전의 떡시루)에 넣는다. 찜기 맨아래 가스관이 연결돼 있어 밸브만 돌리면 불이 붙어 이 상태로 찐다. 부부가 손발이 척척 맞는다.
시루떡 만드는 순서: 찜기 바닥 판에 삼베보를 깔고 고물-->쌀가루-->고물-->쌀가루-->고물 순으로 켜켜이 잰다. 중간중간 설탕 뿌려 줌. 사진에 보이는 나무판은 쌀가루를 넣은 다음 고르게 펴지라고 눌러주는 용도로 사용
쉭쉭~~ 김을 뿜으며 떡이 익고 있다. 22번에 내 가래떡 쌀가루가 들어있다.-_-;
30분쯤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꺼낸다.
익은 떡을 꺼내 판에 놓고 홈으로 밀어넣으면 기계가 돌아가면서...
쫀득쫀득해지라고 두차례 반복.
능숙한 손놀림. 떡이 나오는대로 비슷한 길이로 자른다. 순식간이다.
시루떡 하는 할매는 떡이 언제나 될까 하고 지켜보시는 중
더 신기한 건 과정을 처음 본 떡볶이용 떡. 역시 두차례 반복
다른 기계를 갈아끼우기에 뭔가 하고 보니... 흰부분 중간에 떡 굵기의 홈이 파여 있는데 위에서 내려보내는 압력에 의해 떡이 밀려나오고 들러붙지 않게 사이사이 물이 뿜어나오면서 자동적으로 떡볶이 떡이 똑똑 떨어져 나온다.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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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을 핑계로 청조 떡방앗간 탐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