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20. 20:18ㆍ정치
[오늘의 논단] 기대와 격려 필요한 2·13 합의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13 합의, 핵 폐기 향한 의미있는 첫걸음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선 아직도 2.13 합의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와 불신의 경계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어렵사리 도출된 의미 있는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행될 부정적 시나리오만을 잔뜩 거론한 채 이번 합의의 ‘조기 무산’을 일찍부터 점치고 있는 일부 언론의 행태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2·13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향후 예상되는 장애와 난관을 미리부터 지적함으로써 북핵 해결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조언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2·13 합의의 원만한 진행을 희망하기 보다는 오히려 합의이행의 ‘불능화’를 미리 단정하고 예견하는 것은 향후 진행과정의 긍정적 조언이 아니라 부정적 개입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더욱이 2·13 합의를 비난하는 측에서는 일부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분석에 토대해 있기도 하다. 우선 이번 2·13 합의가 1994년 제네바 합의와 다를 게 없다는 부정적 평가는 사실관계와 분석에서 그릇된 지적이다. 무엇보다 클린턴 정부 당시 제네바 합의를 잘못된 선례로 맹비난했던 부시 행정부가 이번 합의를 주도적으로 수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2·13 합의가 제네바 합의의 재판이라는 혹평은 근거 없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번 2·13 합의를 꼼꼼히 살펴보면 몇 가지 측면에서 과거 제네바 합의에 비해 긍정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미 양자의 합의에 비해 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공동서명한 다자 간 합의라는 점이 합의 당사자 모두에게 보다 성실한 이행을 압박한다는 점에서 실천 구속력이 증대되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이는 미국이 그동안 다자틀을 고집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초기조치는 진보, 우리측 상응조치는 절감 또한 제네바 합의에 비해 북이 실천해야 할 행동조치들과 북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의 상호 연계성을 보다 강화했고 실제 북에게 제공해야 할 상응조치의 규모와 내용도 보다 알뜰하게 합의해냈다. 북한은 5만t의 중유를 얻기 위해 당장 60일 이내에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봉인 및 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의 복귀를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후 95만t 상당의 경제지원을 받기 위해 북한은 또다시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이행해야만 한다. 명백하게 제시된 일정표에 따라 북은 자신의 행동을 보여줘야 하고 그래야만 북에게 제공되는 경제적 혜택이 진행되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제네바 합의가 북한의 핵‘동결’ 조치만을 전제로 경수로 건설 전까지 ‘매년’ 중유 50만t을 지속 제공했던 것임에 비한다면 이번 2·13 합의는 동결을 넘어 ‘폐쇄와 불능화’를 다해야만 중유 100만t을 ‘일회’ 제공한다는 점에서 북의 초기조치는 보다 진전되었고 이에 대한 우리의 상응조치는 보다 절감되었음을 알 수 있다. 3단계 5차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언론에서 한국 정부의 ‘비용 덤터기’를 미리 비난했던 것에 비한다면 정작 도출된 합의 내용은 ‘평등과 형평’의 원칙에 따라 5개국이 공동분담하기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과거 제네바 합의 당시보다 진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2·13 합의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핵심에는 또 다시 북한이 약속을 위반하고 합의를 저버릴 것이라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북한 부도론’에 대한 기정사실화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도 북이 위반했고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이 실천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이번 2·13 합의도 결국은 북이 부도수표를 내고 말 것이라는 전제인 것이다. 제네바 합의 실패는 북미 쌍방의 약속 미이행 때문 그러나 과거 북한이 서명한 합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은 북한의 약속위반도 하나의 요인이었지만 결국은 북한과 약속한 상대방 특히 미국 측의 약속위반도 동시에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한쪽의 일방적인 약속위반이 아니라 합의 당사자 쌍방의 약속 불이행에 의한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1994년 제네바 합의가 깨진 결정적 계기는 2002년 불거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U) 의혹이었지만 지금까지 이 문제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물론 북이 제네바 합의의 성실한 이행에 소극적이었던 점과 여전히 HEU 개발 의혹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제네바 합의의 불이행 측면에서는 미국도 크게 할 말이 없다. 핵동결 이후 매년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중유 50만t이 한번도 제 때에 제대로 전달된 적이 없었고 2003년까지 제공해야 했던 경수로 건설 역시 약속 시점을 훨씬 지나 지연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확인되지 않은 HEU 문제를 이유로 미국은 중유제공을 중단했고 급기야 북한은 핵동결 해제와 NPT 탈퇴를 강행함으로써 제네바 합의는 무력화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2002년 2차 북핵 위기로 제네바 합의가 무력화된 데는 북한만의 약속위반이 아니라 미국의 불이행도 한몫하고 있었고 이는 합의 당사자 쌍방의 상호불신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약속 불이행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동성명이 합의되는 즈음에 미국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자금세탁 우려기관으로 규정한 후 북한계좌 동결조치가 진행되었고 북한은 이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온존으로 간주했다.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바대로 북미 양측은 ‘상호 주권존중과 평화공존의 원칙’에 입각해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바로 북한에 대한 적대시와 주권침해로 규정한 것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이 근거 없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6자회담을 거부했다고 비난한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대북금융 제재를 통해 9·19 성명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불만이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대북제재 통과 등의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6자회담이 재개되었고 급기야 미국의 BDA 동결 해제를 전제로 이번의 2·13 합의가 도출된 것이고 보면 결국 9·19 공동성명의 실천 이행 역시 북한의 일방적인 약속위반이 아니라 북한의 체제전환을 꾀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기조도 하나의 요인이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북미 간 약속 위반에는 한쪽에게만 명백한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쌍방에게 불이행의 공동책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호 불신이 극대화되어 있는 관계에서는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의심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약속이행이 어렵다. 불신에서 신뢰로의 이행 위해 기대와 격려 필요
-국정 브리핑에서 퍼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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