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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9. 25. 07:14관심사

컬처방이 좋아서 컬처방에서 만나는 인간들이 좋아서
속살을 내 보이는 글을 종종 써왔었다.
그런데 어떤 이들에게는 그 글들이 나에 대해 공격할수 있는 좋은 먹이감이 되는가 보다.
그런게 싫어서 얼마전에 그런 내용이 있을법한 글을 되는데로 지우기도 했다.
오늘은 어떤 사람이 우리 부부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아프지가 않더라....
그에게 전혀 갖어보질 못했던 동정심이 생길 뿐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팍팍하더라도 거기에 잠식되어 짐승은 되지 말자.
꿋꿋하게 인간답게 살자.


아내에게는 오랜 지병이 있다.
결혼하기 전부터 갖고 있던 병이었고 현재까지도 그 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결혼하고 1년이 조금 지났을 때 아이를 갖었다.
담당의사와 산부인과에서 모두 그 병으로 인하여 산모와 아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었다. 병원이 못미더워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산부인과 개업의이자 한의사였던 지인께 상담을 하였다.
오랫동안 복용하던 약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도 문제였지만
자연분만이 불가능한 산모였고 그에 따라 전신마취가 불가피한데 그 병으로 인하여
마취에서 깨어날 수 없으며 그로 인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결국 아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일은 우리 부부에게 역린과도 같은 아픈 추억이다.

얼마전 장인어른이 위독하던 상황에서 나와 아내가 모두 일시귀국하였다가
본가에 들렀을 적에 아내는 시아버지 되는 나의 아버지에게 핀잔을 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착한여자 착한며느리 구실을 못하는 아내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버지는 오래전 아이를 지운 일을 꺼내시면서 경솔하게 아이를
포기하였다고 꾸지람을 주시는 것이다.
"죄송해요"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아버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밖에 없었다.
하나는 상해로 하나는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출발하기전이었고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아침을 먹던 자리였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내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하다"
난 그저 죄송하고 미안한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사람도리 제대로 못하는 존재였다.

어느날 문득 깨달은게 하나 있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아내를 만난 것이고
가장 잘한 일은 아내와 결혼 한 것이라고....

그래서 그가 목숨을 보장하기 힘든 수술을 끝내고 몸을 추리자 마자 유학을
떠날적에 말릴 수가 없었다.
그가 그의 인생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리가 두번째이고 세번째이더라도
나에게는 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첫번째로 우선해야하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걸 나이 서른중반까지도 올곳이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며 사는 치열한 삶이
얼마나 될까?
아내는 자신의 꿈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물론 아내 스스로 자신의 꿈이 어느정도 허황된 것인지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도 밀어부치는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무모함에 의해 세상이 조금씩 나아 지는것 아닌가?
나는 그런 아내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헤어져 산지 벌써 햇수로 4년하고도 반을 훌쩍 넘었다.
바람을 피워도 한참을 피울만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운한건지 행운인건지 아내만한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연애라는것을 매우 귀찬아 하는 성격이라(아내와의 연애가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엄청난 귀찬음을 이겨내고 새로 만나 알아가고 이해하고 익숙해지고 하는 과정을 반복할만한 동기를 부여하는 이성을 만나질 못했다는 것이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분석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가는 내 자신이 증명한다.
난 B형이다 ^^;;

시간만큼 이 세상에서 소중한 보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과 나눈 시간들....그 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아내와 나누었던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시간들이었고
앞으로 더욱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간덩이가 부었다.
삭막하고 막되먹은 인터넷판에 이런 글까지 올리고 ^^;;

한 몇일 쑥스러워서 눈팅만 할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덧:아내에게 종종 하는 거짓말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아내뿐만 아니라 왜 아이를 갖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마다 하는 준비된 거짓말, 자기암시가 있다.
"난 아이들이 싫어....시끄럽고 정신 사납고"

-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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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정신 사납고..' 몇 번 그런 말을 하기에 나도 정말 그런 줄 알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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